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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만섭스냅의 시작, 사진관 근무썰

  • 한 동안 너무 무겁고 진지한 글만 올린 것 같아 분위기를 바꿔볼 겸 제가 사진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한 번 풀어봐도 될 것 같아요.

    항상 사진업계는 열정페이로 돌아가는 스튜디오 사장 밑에서 기술을 익혀 독립해서 시작하는게 정석(?) 이죠.

    지금 현만섭스냅의 메인 종목은 웨딩본식스냅이 되었지만...

    조금 다른 영역에서 사진을 시작했어요.

    얼마 전 당시에 같이 일하던 친구가 엊그제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 갔다 오는 길에 옛 생각이 나서 한 번 끄적여봐요.

    ※(스압)쪼끔 많이 긴 글이 될 것 같아요




    사진이 너무 좋아서 이거 한번 꼭 해보고 싶어 경기 소도시 동네 사진관에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포트폴리오 들고가봐야 전공도 완전 뜬금없는 계열이고 집 가까우면서 사람 써줄 곳 같은 곳에 지원, 동네 사진관 같은 곳이었어요.

    동네 사진관이라니 꽤나 로맨틱하잖아요? 제가 찍은 사진이 남들 지갑속에 들어가고 책상위에 올라가고 누군가의 추억이자 기록이 된다는게!

    내일 면접 보러 오라길래 갔더니 다음 주 부터 출근하래요.

    그렇게 무경력자는 사진 배울 생각에 신이 났어요.

    주6일 11시부터 8시 근무, 최저시급 안되는 페이.

    괜찮았어요 사진은 원래 열정페이로 돌아가거든요. 그래도 신나거든요.

    처음 출근하고 앉아있으니 청소하는 방법만 가르쳐주고 구경만 하래요.

    증명사진과 학생들 단체사진 찍고 보정해서 출력까지 하는게 제가 할 업무인듯 하네요.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는 여름 비수기라 사람이 없기도 하여 포토샵 기능을 하나씩 익히고, 점심 때 몇 오지 않는 손님들 구경하다가 다시 퇴근전까지 포토샵을 연습합니다.

    진짜 2주일동안은 사람 얼굴만 봐도 포토샵 메뉴가 떠오를 정도로 지겹도록 포토샵만 한 것 같아요.

    저거만했으면 다행인데...

    출근한지 삼일째 였나...

    그냥 카메라 쥐어 주면서 찍으래요.

    네?

    그냥 찍으면 된대요.

    떨려서 죽겠어요.

    안그래도 소심하고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인데 (그 때 당시엔) 카메라 쥐어주고 손님들 사진을 찍으라고.

    첫손님은 생각없이 어버버 하면서 찍긴 했는데 두번째부터가 한 번 겁 먹고 나니...

    포즈는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하얗고 멘트도 까먹고 손님들 들어올때마다 손에서 땀 나는 것 같고 목소리도 떨리고 자신감도 없고 절망에 빠져 사장님 저 힘든데 조금만 연습해보고 찍으면 안될까요, 하니깐 안된대요. 계속 찍으래요. 나한테 왜그래요.

    매일매일 출근길에 하늘만 처다보게되고 출근해서 조금 못찍는다 싶으면

    우리 직원이 얼마 안돼서 그래요 ^^ 제가 다시 찍어드릴게요 하고 카메라 뺏어가고 자존심 털리고

    그거 밖에 못 웃기냐며 이렇게 웃기는거라고 사장이 눈 앞에서 웃긴 표정 짓는데 저거 보고 웃을수도 없고 울수도 없고....

    두 달이 지나도 찍었는데 사진 그렇게 찍는거 아니라고 다시 카메라 뺏어가고 못한다고 암실 끌려가서 영혼까지 털리고 근무 두 달이 넘도록 덜덜덜 떨면서 찍고 있고

    사진 출력하면 그거 노출 맞는거냐고 기껏 해놓은거 다 버리고 다시 출력하고

    (여기서부터불만)

    손님이랑 그렇게 이야기 하는거 아니라고 더 친절하게 하라고 친절하게 대하면 그렇게 손님 하나 오래붙들고 있지 말라 하고 사장님은 그러면서 손님들이랑 노닥거리다가 다른 손님들 기다리다 지쳐 나가버리고 내로남불 이중잣대에 끝없는 분노를 느끼며 저도 한 성격 하는지라 사장님이랑도 맨날 티격태격하고 손님들이랑 티격태격, 자신감 좀 붙었다 싶은 타이밍이면 또 껀수 잡혀서 암실 끌려가서 털리고 담금질 당하기를 반년....

    (불만종료)

    이제 근무는 적응이 됐고 찍고 포토샵을 해주면 우리 착한 중고딩 꼬꼬마들이 아 씨...(언어순화) 하는것도 자주 듣고 아 포토샵 조..매우(언어순화) 못해놨네를 포함하여 면전에다 하는 덕담 많이 들어가면서 누구보다 강하게 포토샵을 배운 것 같아요. 애기들 피드백은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 척추에서 뽑아내거든요.

    인물사진 외에도 이것저것 다양한 상업 촬영분야도 경험하고 페인트칠도 잘하게 되고 테크닉적인 부분에 대해서 부족했던 부분들도 이해될때까지 물어보고 찍어보고 연구하고 시간 빌 때 조명들고 이것저것 갖고 놀아보고

    크리스마스 쯤 되니 몇십커플 쯤 찍고 보정해도 모두가 만족해하며 가실 정도로 단시간에 성숙한 포토그래퍼가 되었어요.

    그리고 대망의 시즌 달.

    매일매일 아침 11시에 출근해서 들어가면 가게 안에 손님이 가득 차 있어요.

    딱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반 문닫기 전까지 쉬는 시간 없이 중간중간 교대로 암실가서 만두김밥 먹다가 10명,20명,30명씩 들어오는 학생들 단체사진 목쉬어져라 찍다가 문닫으면 새벽4시까지 보정.

    아니... 하루에 700명씩 찍고 700명치 보정하고 새벽 4시에 퇴근하는 사진관이 존재할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제가 일을 할때는 그래도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새벽2시면 집에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대요.

    거의 두달 내내 최소 하루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찍고 포토샵하고 내 다시는 사진 안한다 했지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진과 추억을 남겨드린다는건 매력적이었거든요.

    우연히 현만섭스냅을 시작하기로 맘 먹게 되었고

    그래도 사진은 하더라도 저기서만큼은 절대로 다시 일 안한다 했지만

    시작은 열정페이였으나 현만섭스냅 사장시절인 지금 수입조차 저 시절 페이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였던지라...

    결국 또 현만섭스냅 창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암실 만두김밥행을 하게됩니다....

    사실 동네사진관 치고는 사장님이 출장기사부터 현상소 사진관 등 사진짬만 40년 먹은 베테랑 상업사진가였고

    사장님과 가업을 함께 운영하시던 형님이 알아주는 사진학과 출신에 매거진에 커머셜에 말년에 자동차카탈로그 찍다 가족 챙긴다고 동네사진관 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박학다식 하셨던지라 테크니컬한 부분은 사실 저기서 다 배워서 나온 편.

    영업을 비롯한 사진 외적인 부분도 많이 배우긴 배웠지만 장사라고 가르쳐주지만 그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도저히 증명사진이 왜 만원이나 받고 찍었는데 원본파일을 받으려면 추가해야하며 사진 고장 몇장 더 뽑는다고 추가요금 만원을 받거나 하는 식의 영업은 아무리 월세나 운영비가 있어 감안해야하는 부분이라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

    저도 사진관 들어오기 전에 여권사진 하나 달랑 찍어놓고 뭐 하나 더 하면 돈내놓으라는 동네사진관 때문에 열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정작 제가 그 추가금을 받겠다고 기분좋게 얘기하던 손님들에게 욕을 먹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어요.

    저렇게 장사해서 40년 동안 사진밥을 먹고 살아남으면서 저 같은 말단 알바생한테도 그만큼 큰 월급을 챙겨줄 수 있었겠지만 인정할 수 없었어요.

    현만섭스냅 상품에서 추가금이 들어가는 부분이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

    사진관 내부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고 외부적으로도 다른 에피소드들이 있었어요.

    종종 우리 사장님이 전화 올 때마다 핑계대며 빠져나가긴 했지만 왜 너네들만 그렇게 예약 쓸어가냐, 우리도 같이 먹고 살자 하는식으로 모 협회에서 전화가 와요.

    저희 사장님이 영업센스는 독보적인편이라 올리면 망할걸 알아서 이핑계저핑계대며 웃으며 잘 빠져나가시긴 했는데...

    실력도 없이 손님들께 어떻게 해야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할지 고민조차 없고 사진관 업종 자체가 도태되는 와중에 자리 잘 잡고 목 좋은데 있어서 실력도 없이 운좋게 살아남아서는 협회같은거 만들어서 사진값 담합하고 추가금 담합하고 손님들 돈 갈취하는 기성세대 사진가들 보면서 저건 아니다, 근무하는 내내 칼을 갈았드래죠.

    뭘 만들던 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겠다 다짐하고 처음부터 방향성만큼은 확실했어요.

    결국 그 방향성 지키면서 고집대로 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사장인권을 태워 운영되는 사장노동집약형 업체가 완성된게 2019 현 시점 현만섭스냅입니다. -수정을 하는 24년 기준으로 지금도 큰 마음의 변화는 없습니다 - 

    그렇게 현만섭스냅 블로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저번에 그 김구안경쓰고 니엘 닮은 웃긴 아저씨 어디갔어요? 사진관 이야기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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